4개월간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에 많이 떨렸는지 저녁 9시 비행기인데 밤에 좀체 잠이오질 않았다.
일본에서 사온 수면안대를 쓰고나니 눈이 아주 따뜻해지고 잠이오...더니 그냥 끝이었다.
도무지 잠이 오질 않길래 밤을 새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거나 비행기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결국 아침이 되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한 4~5시간 자고난 뒤 15시 15분 공항리무진을 예약해놓고 천천히 다시한번 짐을 쌌다.
이걸 꼭 챙겨야 할까? 이거 놔두고 가면 어떡하지? 한참을 고민하고 배낭을 채워넣었다.
여행에서의 짐은 인생의 무게라고 누가 말했었는데. 대충 싸놓고 무게를 재보니 15kg이었다.
5월 말에서 9월 말까지. 러시아에서 모로코까지.
보통 장기간 여행을 계획할 때 기온이 가장 중요한데 이에 따라 옷이 바뀌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지 못한채 별 생각없이 여행을 계획하게되면 이런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하하.
여튼 대충 14시쯤 되고 지하철을 타러 나섰다. 15kg의 배낭은 나의 어깨를 짓누르며 이번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말했다.
세상 쉬운건 없다고 그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도 제대로 못잔것도 있고 정신도 멍하길래 슬슬 졸려왔다.
한창 클래시 오브 클랜을 할 때였는데. 그 잠깐 새 너무 집중했던건지. 정부청사역을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허허.
탄방역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오며 정신차리자고 했는데. 이게 시작이었다.
배낭을 매고 다니는게 아직은 익숙치 않은 탓인지 잠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그 잠깐 새 금방 지쳤다.
터미널까지 와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 표를 발권하고 나서 버스를 기다렸다.
옆에 서있던 외국인 아저씨도 인천공항으로 가는지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버스가 맞는지 확인하러 가는데
지금이었으면 그냥 가서 도와줄까? 하겠지만. 이땐 그저 귀찮았다.
여튼 뭐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인천공항행 버스가 와서 짐을 싣고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동안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들으며 잘까 했는데.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공항에 도착해서 빼놓고 간거 생각날꺼야. 여권이라든지...
에이 설마 당연히 챙겼지 하면서 가방을 열어봤는데. 어.. 없다??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 어.. 어..
다시 한번 가방을 뒤져보니 역시나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며 배낭 속에 있나 생각해보니 역시 거기다 넣어두었을리가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북대전 IC가 보였다.
저기를 지나면 더이상 되돌이킬 수 없어진다. 라는 생각에 무작정 앞으로 나섰던것 같다.
일어서서 버스기사님께 세워달라고 말하러 가는데 귀에서 뺀 이어폰이 마치 덩쿨처럼 다리를 휘감았다.
휴대폰도 바닥에 떨어지고 이걸 주워야 하나 했지만 정말 중요한건 이게 아니었다.
지금 이대로 고속도로로 올라가면 비행기를 눈앞에서 놓치고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어폰 줄도 휴대폰도 그냥 바닥에 내팽겨둔 채 버스기사님께 다가가서 죄송하지만 여권을 두고왔다고 여기서 내려달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여권은 그냥 다음차에 보내면 되니 걱정말라고 하셨는데 문제는 우리집엔 아무도 없어서 다음 차로 보내 줄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북대전IC를 통과했다.
다행히 버스기사님께서 회차로 인근 갓길에 버스를 정차시켜주셨다. 난 거듭 고맙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휴대폰과 이어폰, 가방을 챙기고 배낭을 내렸다. 어떻게 배낭 안에라도 여권이 있으면 좋으련만 내려서 확인해보니 역시나 없었다.
출발부터 액땜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 여유롭게 버스를 찾기보다는 바로 택시를 타기로 하고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은 무슨 이런 곳에서 그런 차림으로 택시를 타냐고 물어보셨는데 현재 상황을 말하니 이해하고 다음 버스 예약 해놓으라고 그전에 도착하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집에 도착하고 배낭은 차에두고 집에 올라가서 책상 위를 보니 없다. 침대 위도 없다. 도대체 어디있지? 다시 가방을 열어보았지만 있을리가 없었고 도대체 어디 있을까? 하는 순간 머리속을 스쳐지나간게 스캐너복합기였다. 새벽에 여권 사본을 출력한다고 넣어놓은게 생각났다.
역시나 열어보니 그곳에 여권이 있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택시를 탔다. 기사님도 다시 버스타고 올라가면되니 걱정말라고 하셨다. 여행 시작이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나도 다음 버스를 예약하고 터미널로 다시 갔다. 그저 한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엔 별일 없겠지. 라며 버스에 다시 올라탔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남방공항을 찾아갔다. 배낭을 맡기고 체크인을 하고서 이제 정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공항에 잘 도착했고 4개월간 다녀오겠다는 전화를 하는데..
아무도 안받았다. 한창 바쁠시간이라 그러려니 하고 문자를 남기고 출국수속을 밟았다.
평소처럼 X-ray 검사 받고 자동출국심사대를 지나 면세점으로 향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면세점은 참 살게 많아 보이지만 정작 들어가면 살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왠지 뭔가 안사면 손해보는 듯한 기분은 들지만 불필요하게 지출을 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장기간 여행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도무지 뭘 살만한게 생각이 안나기도했다.
내가 흡연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담배도 불필요하고 그저 향수 구경이나 했다.
시향도 해보고 가격이 얼마인지도 보고, 나중에 들어올 때 사야지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둘러봤는데 역시나 난 디올이 좋았다. 하지만 비싼 탓에 비슷향 향이 있으면 다른걸로 찾아보려고 했는데 마땅한 것은 없었고 그나마 프라다가 괜찮았다.
다음에 프라다를 사야지 생각하고 게이트로 향했다.
그런데 이전까지 갔던 곳과는 방향이 달랐다. 101게이트는 쫌 많이 멀었다.
일본이나 유럽으로 갈때는 그냥 걸어서 게이트까지 금방 이동해서 몰랐는데 인천공항내에 셔틀트레인이 있는줄은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다시 돌아오지도 못한다.
여튼 101게이트 쪽이 중국행 항공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보니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여기도 중국인, 저기도 중국인, 내가 한국에 있는건지 중국에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소수의 한국인과 중국인 무리에 둘러 쌓여있었다.
뭐 그러려니 하고 탑승시간까지 게이트 앞에 앉아 기다렸다.
보딩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일제히 줄을서기 시작했다.
기내 수화물이 있으면 먼저 넣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서두르기 마련인데 나같은 경우 기내 수화물이 없다보니 굳이 줄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어서
매번 사람들이 다들어갈 때까지 휴대폰 충전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줄이 끝나갈 때 쯤 줄을서서 들어가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냥 앉아있다가 다들 들어갔을 때쯤 슬슬 걸어들어갔다.
남방항공은 처음이었는데 뭔가 딱 기내에 들어서자 마자 느낀게 이상한 향냄새가 났다.
어? 내가 잘못탔나 라고 생각될 정도로 뭔가 상당히 특이했다
전체적으로 푸르딩딩하고 뭔가 음.. 아 후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뭔가 촌스럽다.. 라고 느꼈다.
중국비행기라 그랬나?
창밖의 인천공항을 보니 아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싶었다.
저녁이라 인천공항이 참 한산해보였다.
여튼 뭐 상하이까지 갈 동안 심심하기도 해서 영화나 보자 했는데 의외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았다.
그래 그건 좋았지. 그런데.. 허허.
광고가 너무 많다. 시작부터 광고로 시작하고 잠깐 정지했다가 다시 켜면 광고를 다시 봐야했다.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고.. 하하. 하하.
그.리.고. 모든 영상마다 중국어 자막이 나왔다. 아.주. 친절하게.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지우고 싶어도 지울 방법이 없었다.
비행시간이 한.. 두어시간 되는 동안 영화한편을 못봤다.
툭하면 영상을 끊고, 광고도 많고, 그리고 그냥 도착할 때쯤 되니까 영상을 끊더라. 허허.
그 짧은 비행시간동안 배고프지 말라고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랑 물이랑 오렌지주스를 나왔다.
중국 물이라 짝퉁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건지 뚜껑에 홀로그램이 있어서 신기했다.
샌드위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오물오물 먹으며 잠깐잠깐 끊기는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
밤하늘에서 바라본 상하이는 뭔가 물이 상당히 많은 동네 같았다. 나중에 구글맵을 봤는데 이건 그냥 물의도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참 물이 많다.
제일 신기했던게 바다를 지나고 뭔가 동그란 호수 같은게 있었는데.. 와.. 이제 직경이 2.5km 짜리 인공 호수란다. 이게 대륙인가 싶었다.
여튼 뭐 그렇게 상하이에 도착했다.
게이트로 바로 연결되서 나가지는 않고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했다.
중국에서 이제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해야하는데 참 웃긴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중국에서 무비자 체류가 하루인가? 이틀인가 되서 다행이지. 별 생각없이 간거였다.
뭐 그렇게 표지판 따라 졸졸 따라갔는데 환승하는 사람이.. 어.. 어.. 나뿐이야? 정말 나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중국의 출입국 심사는 참 답... 답. 했는데.
담당직원이 한명밖에 없다. 아니 두명인데 한명만 일했다.
10시에 도착해서 수화물 찾고 체크인하고 출국수속 밟고 1시 출발 비행기에 탑승해야하는데 한.. 한시간 정도 서 있었던 것 같다.
앞 사람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냥 계속 계속 계속 검토를 하고 있었다.
여튼 그렇게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서 짐을 찾고 체크인을 위해 나왔다.
상하이 공항의 느낌은 왠지 인천공항과 비슷해보였다.
뭐랄까 상당히 낯설지 않았다. 중국어로 된 간판만 없었으면 그냥 인천공항인가 했을 정도였다.
여튼 뭐 짐을 갖고 아에로플로트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거기는 역시 대부분 모스크바를 가는 사람이다보니 러시아인이 90%는 됐다.
여기에서 진짜 이걸보고 러시아인이 인형같다고 하는건가 싶었다. 몇명의 러시아 여자가 있었는데 보자마자 와... 하고 탄성이 나왔다.
정말 인형인가 싶을 정도로 흔히 만화에서 보던 비율이었다. 저게 정말 다리 길이인가? 비율이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고.
여튼 이것도 한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어서 직원에게 말했다. 내 수화물을 모스크바에서 찾게 해달라고 모스크바에서 니스행 항공권은 취소해달라고.
그랬더니 그건 안된단다. 일단 수화물은 모스크바에서 찾게 해주고 발권은 둘다 해줄테니 알아서 하란다.
뭐 알겠다고 하고 돌아서 나왔다.
출국 수속은 뭐 별것 없이 지나 탑승게이트로 갔다.
별것 한것도 없는데 시간은 벌써 00시. 잠깐 쉬고 싶었는데 이건 뭐 한시간밖에 안남았었다.
되도록 빨리가서 쫌 쉬자 하고 갔는데 직원들도 그냥 멍하니 있었다.
그래서 좀 앉아서 충전할 데를 찾아봤는데.. 어. 마땅한데는 전부 꽂혀있었다.
딱히 충전할 곳도 못찾다가 컴퓨터가 있어서 봤는데 음. 뭐 할것도 딱히 웹툰이나 네이트 뉴스밖에 없고
인스타나 페이스북이나 들어가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어 안된다. 그냥 접속이 안된다.
아. 그제서 생각났다. 여기 중국이지. 하하
뭐 컴퓨터도 딱히 할것도 없고 그냥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보잉 777이라 쫌 커서 2-4-2로 의자가 있었다. 내자리는 4자리쪽이었는데. 아.. 좌석이 참 작았다.
다행히 양옆에 여자라 약간 공간은 있었는데 아니다 그래도 이건 작은거다. 이코노미의 한계지. 이랬는데.
앞에.. 뭐가 허전하다. 어? 모니터가 없고 그냥 횡하다. 어.. 어.. 다른 좌석보단 앞뒤 자리가 넓긴한데.. 이건 아니지.. 9시간을 가야되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해.
게다가 저 뻥 뚫린건 뭔지 하.. 하하. 비행기가 큰거라 USB 포트 있을 것 같아서 충전할려고 했는데. 이게 뭐람.
뭐 모스크바까지 가는동안 특별히 할것도 없고, 모니터도 없고 여튼 그쯤되는 시간동안 보조배터리를 쓰면서 음악이나 들었다.
가능동안 신나게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울릉도에서는 애기가 다리에 토하더니 이번엔 코카콜라를 쏟네 허허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모스크바로 도착.
다들 경유지로 모스크바를 선택한건지. 전부 트랜스퍼로 향했다.
난 모스크바에서 내려야 하기에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1층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해서 홀로 내려갔다.
뭘 써했는데 딱히 뭘써야 할지도 몰르고 문서들은 전부 러시아어로 되어있어서. 굳이 라는 생각에 입국심사장으로 그냥 갔다.
어.. ?? 외관이 무슨 90년대 버스 터미널 같았다.
세련된 외부와는 다르게 이곳은 상당히 낡았다.
여튼 뭐 서류는 그냥 쓸 생각도 안하고. 뭐. 필요하면 써오라고 하겠지. 하고 그냥 갔다.
그런데 웬걸. 그냥 도장 쿵쿵 찍더니 끝났다.
어?? 어??
이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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